언론보도

주제가 있는 여행으로 배움 실현하는 '로드 스꼴라' 대안학교

◆걸으며 보고, 걸으며 더 깊이 세상 읽는 법 배워

또래들이 책상에 앉아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을 때 "길이 곧 교실이다"라며 배낭을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길 위에서 글을 쓰고 작사·작곡을 하고 사람과 소통하며 공부한다. 이들은 공정여행 사회적 기업 트래블러스 맵이 운영하는 여행 대안학교 로드 스꼴라의 학생들이다. 로드 스꼴라는 길을 의미하는 영어 '로드'(Road)와 학교를 뜻하는 라틴어 '스꼴라(Schola)'를 합친 말이다. 김현아 대표 교사는 "여행을 통해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른 것들을 만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로 2009년 학교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15~22세까지 입학할 수 있는 이 학교는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로드 스꼴라의 모든 교육은 여행을 주제로 꾸며진다. 다른 언어권 사람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외국어 배우기', 여행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여행에서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글읽기와 글쓰기', 악기와 연극, 영상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는 '문화작업 훈련', 여행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지역 전문가 훈련' 등이 주요 커리큘럼이다.

 
여행 대안학교 로드 스꼴라 학생들은 책가방 대신 여행 가방을 메고 교실 대신 길 위로 수업을 떠난다. 왼쪽부터 차민지양, 김현아 선생님, 하서영양, 이창준군.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내가 여행의 길잡이" 기수별 여행 프로젝트 진행

교육 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학기 '길머리 과정'에서는 세상에 귀를 열고 다르게 사는 법을 스스로 찾게 한다.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공동작업자로서 다른 이와 관계 맺기도 배운다. 2~4학기 '길가온 과정'에서는 국내와 국외를 여행하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는 학습을 통해 여행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5~6학기 '길너머 과정'에서는 한 학기 동안 트러블러스 맵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실무를 체험하고 한 학기는 해외 네트워크 단체에서 일한다.

2009년 입학해 올해 3학년이 된 1기생의 경우 1학기에는 전북 진안에서 한 달간 머무르며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향토 문화를 몸으로 익혔다. 2학기에는 백제의 역사를 따라 서울·공주·서산·정읍·부여·익산을 여행했다. 백제 기행을 위해 이들은 성경만큼 두꺼운 역사서를 포함해 여행서, 교양서 등 70여권의 관련 도서를 읽었고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도 들었다. 대안학교인 간디마을학교(경남 산청)를 졸업하고 세계 여행가를 꿈꾸며 로드 스꼴라에 입학한 하서영(17)양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공부를 하고 간 곳은 내가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알았기에 돌덩이뿐인 곳도 힘들지만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공부 없이 떠난 여행은 하나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 이게 알고 모름의 차이구나'하는 것을 느꼈죠."

3학기에는 3세계인 네팔과 1세계인 일본을 비교체험하며 '다름'을 배웠다. 한 달간의 네팔 일정 중 9박10일간은 히말라야의 대표 봉우리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까지 등반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몸으로 느꼈다. 남은 일정 중에는 현지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과 어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네팔 사람들의 삶에 다가갔다. 아스카·나라·오사카·교토 등 백제인의 발자취를 따라간 일본 여행에서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은은하게 이어져 온 선조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일반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공부를 시작하자"는 생각에 자퇴하고 로드 스꼴라를 찾은 차민지(19)양은 요즘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더 깊이 세상을 읽기 위해 사회학을 전공할 계획이에요. 목표가 생기니 공부에도 의욕이 생겼어요."

로드 스꼴라는 기수별로 서로 다른 주제의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0년에 입학한 2기생들은 올해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마을을 방문하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라 구한말 한국인의 러시아 이주 여정을 따라간다. 1세계 여행지로는 핀란드를 방문해 선진 교육과 공공 디자인에 대해 배울 계획이다. 올해 입학한 3기생은 한국인 최초의 공식 이민지인 하와이와 남미를 여행하며 다문화와 한인 이민사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기생은 영어 외에 스페인어 수업도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학생·교사 '역사 여행기' 책 펴내

최근 1기생 9명과 교사들은 그동안의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엮어 '백제의 길, 백제의 향기'(도서출판 호미)라는 책을 펴냈다. 학생들은 전기수(과거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던 사람)처럼 책과 자료를 읽으며 세운 뼈대 위에 보고 만지며 느낀 이야기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그들만의 역사 여행기를 들려준다. 김현아 교사는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은 청소년, 이야기가 있는 수학여행을 고민하는 선생님들, 아이들과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우리의 여행기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공정여행

현대인에게 여행은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에 개발된 관광지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여행은 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여행, 사회문화적 자원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여행을 말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03/20110403006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