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사진=로드스꼴라 홈페이지]
여행학교 ‘로드스꼴라’ [사진=로드스꼴라 홈페이지]

여행이 커리큘럼인 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길 위에서 배우고 놀고 연대하는 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학생들은 여행 속에서 철학과 인문학을 배웁니다. 학기마다 여행을 다녀오고 여행에서의 이야기를 글과 영상, 그림 등 다양한 작업물로 만들어 내는 거죠.

로드스꼴라는 ‘길’이라는 뜻의 영어 ‘로드(road)’와 ‘학교’라는 뜻의 라틴어 ‘스콜라(schola)’를 합친 말로, 하자센터 내의 작은 학교 중 하나입니다. 하자센터(공식 명칭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는 연세대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 중인 청소년 특화시설이에요. TONG에서 영상과 포토툰, 칼럼으로도 소개한 바 있는 요리학교 ‘영셰프’도 그 중 하나죠. 그 밖에도 청소년을 위한 음악학교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청소년 창업학교 ‘소풍가는 고양이’·’달콤한 코끼리’ 등 다양한 작은 학교가 있습니다. 로드스꼴라는 이러한 작은 학교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죠.

로드스꼴라의 교육과정은 6학기(총 3년)에 걸쳐 진행됩니다. 1학기 길머리 과정은 마을 한 곳을 천천히,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여행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공부합니다. 2~4학기 길가온 과정에서는 여행을 통해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며, 여행의 기획과 실행·창작물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5~6학기 길너머 과정은 로드스꼴라의 학생들이 선생님 및 인솔자의 일을 경험하며 역할을 바꿔 경험해보는 학기입니다.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 로드스꼴라의 학생들은 외국어, 글쓰기와 글읽기, 악기·춤·노래·영상·사진 등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또 하나의 언어와 인문학을 배웁니다. 로드스꼴라 6기 떠별(길 떠나는 별) 친구들은 제주도와 러시아, 이탈리아를 다녀왔죠. 그 중 이탈리아를 다녀온 후 만든 노래를 TONG DJ 박스에서 소개했습니다. ([관련 기사] DJ BOX 우리 같이 여행 갈래요?)

6기 떠별 친구들의 음반 ‘먼지거나 별이거나’에는 총 11곡의 자작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2015년 가을,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을 모아 제작했죠. 과연 떠별 친구들은 여행과 음악으로 무엇을 배웠을까요? 다치(19)·미르(19)·자야(20)·제제(19) 네 친구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로드스꼴라 6기 떠별 음반팀. 다치(왼쪽), 미르, 자야, 제제

 

할머니 꽁무니를 쫓아다닌 이야기, 꽃과 바다를 보며 감탄했던 이야기, 헤어지기 싫어 울고 불었던 이야기,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그럼 “나랑 같이 여행할래?”

– 로드스꼴라 6기 떠별 앨범 ‘먼지거나 별이거나’ 소개글 중

Q.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배낭여행을 다녀와야 할 것 같고특이한 지역을 여행한 이야기나 ‘꽃보다 청춘’ 등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큰 주목 받고 있어요여행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야) “저는 여행을 좋아해요. 여행은 저에게 일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줘요. 여행을 하며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장소, 분위기를 느끼다 보면, 여행을 끝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평소 보이지 않던 것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도 여행자의 눈으로 새롭게 보이고 주위 사람들도 다시 한번 보게 돼요. 그러면서 너무나 익숙한 주위 환경이 조금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죠.”

(제제)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비싸지 않느냐는 질문부터 들어요. 맞아요, 비싸죠. 여행지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돌아다니기도 하니까요. 여행경비 내역만 들으면 부모님 등골 빠지겠다고 한마디씩 해요. 그렇지만 꼭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 비싼 호텔에서 잠을 자고, 유명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어야 여행은 아니잖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가락시장에 가서 어묵을 먹고 오는 것이 여행이 될 수도 있고, 매일 가던 오른쪽 길을 대신 왼쪽 길로 가는 게 여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여행할 수 있어요. 여행 안 가면 어때요. 우린 이미 여행을 하고 있는데.”roadschola_02

이탈리아 여행 도중 틈틈이 작곡과 노래를 연습하는 로드스꼴라 6기 [사진제공=로드스꼴라]
이탈리아 여행 도중 틈틈이 작곡과 노래를 연습하는 로드스꼴라 6기 [사진제공=로드스꼴라]

Q. 길 위에서 만난 것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미르) “여행을 다녀온 뒤 가장 강렬한 기억이라면, 제가 여행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행지의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면 정말 따뜻하게 웃어줘요. 한국에서는 눈이 마주치면 왠지 민망하고 그런데 말이에요. 그래서 제 목표는 한국에서도 눈이 마주쳤을 때 웃는 거예요. 호호.”

(제제) “제주도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네요. 그때 저는 4·3사건으로 연극을 만드는 팀이었어요. 4·3사건의 연대표를 줄줄 외우고 피해자 무덤에 가 봐도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져 마음에 와 닿지 않았어요. 그저 소설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였죠. 그때 한 할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이 그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으면서도 정말 생생하게 그려지는 거예요. 이유도 모른 채 사람이 죽고 마을이 불탔다는 게 무슨 말인지 그때 알았어요. 소름이 돋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묵묵하게 말씀하시는데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지고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게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일이구나, 싶었어요. 그때 그 할아버지의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글·영상·그림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음악과 음반 작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야) “음악을 가장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행지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버스킹도 할 수 있고, 작업할 때도 자유롭게 흥얼거리고 떠오르는 가사를 공책에 적으면 그게 바로 음악작업이죠.”

(미르) “노래가 정말 좋아서요. 불러도 좋고 들어도 좋고 만들어도 좋고 참… 그래요.”

로드스꼴라 6기 학생들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받아 앨범을 제작했다. [사진제공=로드스꼴라]
로드스꼴라 6기 학생들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받아 앨범을 제작했다. [사진제공=로드스꼴라]

Q. 음반을 내며 힘들었던, 혹은 정말 귀찮고 하기 싫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반대로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나 보람이 있다면.

(다치) “제일 귀찮았던 건 연습과 정리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음반 창작팀 팀장이라서 각 노래의 코드와 보컬, 악기 종류, 악기 연주자, 곡의 형식 등을 정리해야 했는데, 수시로 바뀌는 사항들을 매번 찾아가서 물어보고 바꾸는 일이 너무 귀찮았어요. 반면 제일 큰 수확이 있다면 제가 음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에요. 누군가 음악과 관련된 것으로 저를 괴롭히면, 저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욱!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음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 길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금은 작곡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자야) “저는 음반작업을 진행할 땐 창작팀이 아닌 기획팀에 참가했어요. 창작팀이 그간 나온 노래를 편곡하거나 새로운 노래를 창작할 동안, 기획팀은 예산부터 시작해서 음반을 내기까지의 일정, 계획, 텀블벅이나 각종 SNS에 올릴 홍보영상, 텀블벅 후원자에게 보낼 선물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일 등을 했어요. 연예인들은 유명하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스태프, 기획사 직원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기획팀에서 일하면서 보이지 않는 스태프들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어요.”

(미르) “귀찮았던 일은 텀블벅 후원자에게 보낼 인형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제가 인형을 정말 못 만들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거 너무 못 생겨서 못 보내겠다” 이런 얘길 들으면 진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네가 대충해서 그런 거지, 꼼꼼하게 하면 안 될게 뭐가 있어?”라는 말은 더 힘들었어요. 저는 정말 바느질을 못 하겠어요. 난시도 있어서 바늘에 실도 잘 못 꿰는걸요. 하지만 창작에 자신감이 생겨 행복해요. 가능성을 본 거죠. 친구들 몇 명이 모여 음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신나요. 노래하는 거 재밌잖아요.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내 얘기를 담고, 영감을 담고, 애정을 담고, 그렇게 작업하는 게 진짜 재밌거든요.”

노래 연습 중인 제제(왼쪽)와 자야
노래 연습 중인 제제(왼쪽)와 자야

Q. 프로는 아니지만 음악을 다루는데 있어서 친구들 간에 능숙함의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다치) “생각보다 능력이나 재능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아요. 그저 안 해봤고,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만든 노래를 듣다 보니 ‘난 못 만들 것 같은데’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생각을 떨치고 자신감 있게 작곡에 뛰어드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C-Am-F-G 와 같은 기타의 일반적인 코드 진행을 가져다 쓰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어설프게나마 쓰고 노래를 만들어 보는 도전정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공동 창작을 할 때는 능숙함의 차이라기 보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제와 저, 구름이가 기타를 잡고 노래를 만들면 각자 쓰는 연주법과 코드가 달라요. 느낌도 다르고요.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자야) “음 그냥 가끔 안 맞을 때 짜증이 났어요. ‘왜 내가 이 친구와 같이 작업을 한다고 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근데 그 친구가 없었다면 이런 노래는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미르) “그냥 열등감, 욕망 이런 거죠. ‘좀 하는데? 나도 저렇게 잘 만들고 말겠어! 쟤한테 좀 배워야겠어! 아냐 나도 잘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제제) “각자 노래를 만들자고 하면 다른 친구는 술술 나오는데 저는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나도 노래 만들고 싶다, 잘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은 있어요. 그때 저만의 비법이 있다면 잘하는 친구와 같이 작업을 하는 거죠. 나는 기타를 치는데 멜로디를 못 만드니까 멜로디 잘 만드는 친구와 작업을 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재밌더라고요.”

Q. 각자 음반에서 애정이 가는 혹은 마음이 쓰이는 노래가 다를 것 같아요그런 노래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다치) “사실 제가 직접 만든 노래는 전부 마음이 안 쓰일 수가 없죠. 우열을 가리기도 힘들고요. 그 중에서 ‘사랑가’라는 노래는 2학기에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와 고려인에 대해 공부한 후, 4학기에 연극을 하며 만든 곡이에요. 1936년 지식인 학살에서 억울하게 죽은 지식인 역을 하면서 극중 아내인 순애를 두고 먼저 가는 아픔을 표현했어요. 무대에서 후렴을 부르며 전율을 느낄 정도로 애착이 커요.”

(미르) “제가 만든 노래라 ‘어수선’이 제일 마음에 들긴 해요.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부르기도 편해서 좋아요. 그런데 처음에 의도했던 가사가 잘 표현되었는지 몰라 조금 아쉬워요. 원래 내가 자는 침대, 너무 익숙한 내 공간, 내 일상과 아직 풀지 않은 여행가방, 에펠탑 모형 등 여행의 잔재, 여행에 가기 전의 나와 여행을 한 내가 이질적으로 만나고, 다시 합쳐지고 더해지는 그런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같이 곡을 만든 제제가 이 가사의 아이디어와 문장을 주면서 얘기 했을 때는 정말 마음에 쏙 들었는데 시간에 쫓기다보니 가사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이탈리아 여행 중 노래 연습 중인 로드스꼴라 6기 [사진제공=로드스꼴라]
이탈리아 여행 중 노래 연습 중인 로드스꼴라 6기 [사진제공=로드스꼴라]

Q. 음반을 관통하는 큰 주제나듣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제제) “저희 앨범 제목이 ‘먼지거나 별이거나’잖아요. 각자의 생각대로 여행을 이야기하는 게 먼지라고 생각해요. 우주에서 먼지가 모이고 모이면 별이 되잖아요. 저희가 만든 노래가 모여서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미르) “큰 주제는 뭔지 모르겠어요. 워낙 잡탕이라서요. 전체적으로 제 느낌은 그냥 쫑알대는 것 같아요.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쫑알쫑알. 저희 앨범 제목처럼요. 저희가 쫑알쫑알대며 만든 이 앨범이 먼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요, 그게 별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반전은 우주 먼지가 별이래요. 별은 먼지예요.”

Q. 친구들 말고,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르)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자기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꼰대라고 생각해요. 어른이란 다 자란 사람을 말하는 건데, 저는 지금까지 다 자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거든요. 저 자신도 다 자란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요. 그렇게 되는 순간 바로 죽고 싶을 것 같아요. 어른은 도를 깨우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죄송해요.”

(다치) “길에서 담배는 좀 안 피웠으면 좋겠고요 음… 이런 답변을 원하신 건 아닐 텐데요, 저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진솔하게 들어야 할 때, 동일한 위치에서 말이죠.”

글·사진=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원본보기 : https://tong.joins.com/archives/16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