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로드스꼴라
오렌지 2019.05.11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3월 초, 바람찬 통영엔 동백 그 붉은 빛이 골목골목 전염처럼 번지고 있었다. 온전히 정염이라 하기에는 문득 슬픔이 묻어나고, 무연히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위험한 고혹이 녹아나는 붉은 동백이 충렬사 올라가는 계단에도 갯가언덕 위에도 조금은 위태롭게 , 그렇지만, 미치도록 설레게 피어나고 있었다. 목숨을 내놓고 아름다울 이유가 동백에게는 있는 걸까.” 나는 박경리 이야기를 읽자마자 나오는 이 문단에 반해버렸다. 글을 쓸 때와 이야기를 할 때에 어딘은 좀 다른 것 같다. 이 문단은 마치 어딘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다. 무슨 소린지는 잘 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어딘이 뭘 말하고 싶은지 뭘 설명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다. 나는 문학적인 감성적인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위에 어딘이 쓴 글에서 반한이유도 그것인 것 같다.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 360쪽에 이런 문단이 있다.

글을 쓸 때는 살아있다

바느질할 때 살아있다

풀을 뽑고 씨앗을 뿌릴 때

살아 있는 것을 느낀다

이 문단이 가장 기억에 선명히 남는다. 이 글은 박경리 작가가 살면서 머리가 아닌 마음이 느껴온 생각들이 고스란히 적은 듯하다. 이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포근한 박경리 작가의 품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보호받는 기분이 슬며시 난다. 그런 박경리 작가가 살던 집, 삶에 가치를 느낀 밭, 바느질을 하던 공간, 26년간 혼자 글을 쓰던 곳, 그 곳들이 궁금하다. 어떤 곳에 살았으면 이렇게 멋지고도 따뜻한 글들을 쓸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