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로드스꼴라
나무5 2019.05.13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리뷰, 나무

 

 

p.70

혁명이란 따듯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에요.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혁명이라는 것은 때리는 것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것이에요.

아직 생명을 모르는 사람들 하고도 만나라 이거에요.

보듬어 안고 가자는 거지요.

그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겁니다.

상대는 소중히 여겼을 때 변하는 거거든요.

 

p.213

상대가 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악순환이 끊어진다.

상대를 죽이고 가려 하면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무조건 제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

 

p.201

진실을 위해 싸운다면 그 방법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나는 아직 무위당을 잘 모르지만 이 분이 누누이 강조하는 생명철학에 대해서는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다. 나의 생명과 너의 생명은 같은 무게일까? 어떤 사람의 생명은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사람의 생명과 어떻게 다를까? 같을까? ? 같은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 나올 법한 생각 비스무리도 해보고 동물의 생명과 인간의 생명에 대해 사람들과 내가 해왔던 어딘가 이상한 말들을 파헤쳐보기도 한다. 말로는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자고 하는데 말만 번지르르 하게 늘어놓고 뻔뻔하게 모순되는 행동을 하는 게 사람이라. 그들과 내가 이제껏 행해온 온갖 추악하고 더러운 것들을 보고 나면 변화라는 게 있을까, 방법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변했듯이 다른 사람들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 결코 변할 수 없을 거 같은 상황을 맞는다. 일상적이고 거대한 폭력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고 싶진 않지만 어떻게 하면 바뀔 것인지 고민하다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서 위 두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지만 모르겠다진실은 드러내는 방식은 여기서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보듬는다는 것은 무엇인지나는 폭력을 행하는 사람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내 노력을 쏟아 부울 수 있을까. 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양심으로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부족한데 남까지 끌어안을 용기가 있을까. 비건을 하면서 뿐 아니라 나로 살면서 언젠가부터 이런 고민에 부딪친다. 상대를 없앨 능력도 없지만, 상대를 끌어안는 능력도 아직 내 깊은 곳에서 충분히 나오지 않은 거 같다. 상대가 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하니 상대를 끌어안는다는 것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 역시 같이 보듬는 것일 테다. 그래서 내가 그를 소중히 대하는 것은 그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하는 것이고. 철학을 몸에 새기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종교인의 책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님의 책을 읽는 것처럼. 무위당은 천주교를 믿으니 신부님의 말씀 같았다. 책도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이니. 뭔가를 사랑하고, 보듬고, 어루만지는... 아직은 이 단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다뤘을 수도 있겠지그렇지만 나는 뭔가를 사랑하고 보듬고 어루만지고 싶어서 그리 한 것이 아니라 하던 것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걸 말로 얘기하기엔 언어가 부족하다. 무위당은 어떻게 하다가 보듬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자신을 비우기로 결심했을까? 단순한 답이 명답이라는 데, 무위당은 서예를 하시니까 많은 말이 그 한자 몇 자에 간결하게 함축되어있다. 그 몇 자가 유유자적 구름처럼 흘러가서 잡아채어 내 경험으로 보는 데에 좀 힘들었다. 이건 그냥 흘러가는 데로 두어야 하는 말인가 보다. 무위당에 관한 책을 더 읽어보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그 외 마음에 들었던 구절

 

p.153

사람

오늘 아침에 자다 깨서 생각해 봤어요.

천지지간에 뭐가 가장 고약한 것이냐 생각해 보니

사람이 제일 고약한 거 같아요.

고약한 것들끼리 모여가지고 맨날 싸움이야.

 

p.209

직업이 불분명할수록 좋다.

어느 시기에는 화전이나 파먹으며 푹 썩는 게 좋다.

뜻이 받아들여져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다.

 

p.210

인텔리가 흔히 갖는 습관이 자격증을 가지려는 것.

체제든 반체제든 묶이면 자유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