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떠별
제목
오늘
2018.06.04
오늘 2018.06.04

[안산기억저장소_오늘]

 

 

 안산까지 가는 데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가는 동안 내가 무엇을 보게 될 지, 어떤 감정이 들 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된 건 기억교실이었다. 기억교실에 가서 단원고 교실을 돌아보는 데 교실 문마다 적혀있는 희생자 수는 전혀 와 닿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책상 위 올려져 있는 수많은 편지와 꽃들. 그게 나에겐 시작이었던 것 같다.

 꽃다발엔 이런 글이 있었다. “사랑하는~. 생일 축하해- 엄마가” “보고 싶다~.- 아빠가

이 가족들은 왜 생일 꽃다발을 책상에 올려놓아야만 했을까. 왜 꽃다발을 주는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이 없을까.

 편지를 읽어봐도 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하나씩 편지를 읽어보았다.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마음대로 그 사람들의 일상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편지는 한 글자 한 글자 슬픔이 묻어있었다. 때론 편지에 눈물자국이 맺혀 글씨가 번져있었다. 하지만 그 속엔 마치 이 사람들이 살아있기라도 한 듯 너무나 당연한 자신의 일상을, 고민을 적어두었다. 끝에는 항상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한 글자씩 적어내려 갔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내가 그 사람들을 마주하는 게 조금 겁났다. 반을 하나씩 둘러보는 데 그 반이 너무 많아서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많이 죽으면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다. 나와 함께 있던 친구가, 가족이, 친척이 그렇게 떠나가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배에서 차갑게 죽어가야 했던 그들에게 왜 난 더 빨리 오지 못 했을까. 정말 미안했다.

 기억과 약속의 길을 걷고 전시관에 도착해서도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단원고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하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모습으로 이 거리를 평범히 걸었을 사람들을 생각했고, 전시관에 있던 부모님의 편지들은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한 번도 주위 사람의 장례식장을 가본 적 없고, 내가 아는 사람을 멀리 보내본 적 없었던 나였기에 그 사람들의 죽음은 막연한 공포로만 다가왔었는데, 기억교실과 전시관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굉장히 힘들었고,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더 기억해야겠다고, 잊지 않고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