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떠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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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걸
2018.06.04
삼걸 2018.06.04

여행 탐방 프로젝트 2018. 5. 31

안산 방문 (기억교실, 기억저장소, 기억과 약속의 길)

 

안산 방문 기록

삼걸

 

안산에 기억교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4년 동안 가지 못했다. 이번이 첫 방문이었다. 왜 못 갔냐 묻는다면 이유는 다양했다. 간다는 걸 깜빡해서, 시간이 없어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심지어는 귀찮아서까지. 4년 만에 그들을 마주했다. 기억 교실을 방문하기 전 영상을 하나 보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노래를 만든 이름을 불러주세요’, 한 명 한 명 호명하는데, 짧게 지나가는 데도 영상의 길이가 길었다. 여태껏 숫자로 접했던 이들을 이름으로 접했다. 최빛나라, 윤 솔, 김한별, 조성원, 이세현, 성민재, 지상준, 황지현 ,슬라바, 박성호, 이영만, 이호진, 최지혁, 오경미, 한고운, 전수영 선생님. 다 적지는 못했지만,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름 물어봐도 이 중 하나는 나올 법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저 자리에 나의 이름, 내 동생의 이름, 우리 부모님의 이름, 내 친구들의 이름이 들어 갈 수도 있었다. 마음이 텁텁했다. 기억 교실로 들어가 아무 자리에 앉아 놓여 있는 편지와 방문록을 읽어보았다. 미안하다, 보고 싶다, 그립다, 거기는 어떠냐, 또 오겠다......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너무나 절절했다. 내가 이 곳에 옮긴다 해도 글에 베여 있는 감정은 담기지 않을 것 같아서 차마 쓰지 않았다.

 

이 친구는 친구가 자주 방문해서 기록을 남겼다 보다. 저 친구는 부모님이 장문의 편지를 써주셨구나. 이 친구의 편지에는 얼룩이 있구나,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흘렸을까, 이 친구의 친구들은 친구의 영정 사진을 들고 사진관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구나, 좋은 친구들이다, 이 친구는 머리에 꽃이 잘 어울리는구나, 왜 저 친구는 책상이 쓸쓸할까. 눈에 띄여서 다가가 보았다. 이름은 윤 솔. 아까 본 것 같았는데, 경찰 제복을 입었던 친구. 동정심이었을까, 연민이었을까, 방명록을 열어 기록을 남겼다. 책상이 비었다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단 의미는 아닐 꺼라고, 계속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책상이 허전해보여 여태껏 찬 세월호 팔찌를 벗어다 책상에 놓아두었다. 다른 반을 둘러보다 숏컷이 인상적인 학생을 보았다. 내 친구과 닮은 듯 했다. 다가가 이름을 보았다. 오경미. 방문록을 훑어보니 연극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기억하겠다고 방명록에 기록을 남겼다. 기억저장소에 있는 약전에서 이 친구를 찾아서 읽어 보니 얌전하고 소심하지만 하고 싶은 건 찾아서 적극적으로 하는 친구더라. 나와 어느 정도 닮아보였다.

 

얼마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좀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고, 그들이 너무 많았다. 여태껏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하면서 학생들 이름 하나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세월호가 침몰한 것 자체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에 탑승한 사람들을 구조해야 할 국가가 책임을 저버렸기에 그 많던 사람들이 별이 되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할 일이다. 2학년 2반 윤 솔, 2학년 9반 오경미. 이 두 개의 별부터라도 기억하려고 한다. 별의 이름, 별의 기억, 별의 얼굴, 별의 인생.

 

모든 참사와 비극과 전쟁의 희생자들은 제각각의 우주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우주는 숫자로 뭉뚱그려져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숫자는 참사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게 한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희생자 숫자를 비교하면서, 참사의 무게를, 기억의 경중을 재고 있었다. 숫자 하나 하나에 우주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오늘 기억 교실에서 별들의 책상에 놓인 편지들을 읽으며 너무나 무덤덤하고 냉정한 스스로에게 놀랐다. 눈물이라도 나야 할 것 같은데, 내 자신이 너무 멀쩡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공감 능력의 부재일까, 나에게 친구의 존재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런 걸까, 아직까지도 세월호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심각성을 아직도 깨닫지 못해서 그런 걸까. 난 세월호 참사를 너무 빨리 납득해버린 것 같다. 너무 빨리 결론짓고 이해하려 했던 것 같다.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를 과거형으로 입력해버린 것 같다. 이런 내가 기억한다고 말하고 다녀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