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떠별
제목
♡여름
2018.06.04
♡여름 2018.06.04

나에게 죽음은 비현실적인 단어다. 분명히 세상에 없다는 걸 아는데도 그 사실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그냥 잠시 연락이 없는 것 같고, 지구 저편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나는 죽음을 잊고, 부정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추모하는 일이 어렵다. 추모 공간에 가면 꿈이라고 믿었던 모든 일이 갑자기 피부로 느껴지니까. 단번에 꿈에서 깨어나는 느낌은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기억교실은 단원고 학생들이 있었던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낸 공간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쓰던 책상과 의자, 바라보던 칠판과 티브이를 가져다 놓았다. 처음 교실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슬펐다. 화려한 꽃 화분과 편지들로 가득한 책상들이, 보고싶다는 말로 가득 채워진 칠판이. 푹신한 깔개를 덧대어놓은 의자가 주인을 잃어 텅 비어있는 모양새가 아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 자꾸 들었다. 대체 왜 이 많은 책상과 의자들이 주인을 잃어야 했을까.

기억과 약속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억과 약속의 길은 참사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생전 걷던 길이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냈던 학생들이 이젠 세상에 없다. 그건 우리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조금 섬뜩했다. 거리를 걷는 동안 눈앞에는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이 여러 번 보였다. 납골당 전면 백지화를 당당하게 선거 현수막의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후보도 있었다. 그 현수막을 매일 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로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그리고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나는 그 현수막을 보면서 다시금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리 사회는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구조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도 않았고, 유족들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래놓고서 납골당을 만드는 일까지 막는 거다. 우리는 진정으로 세월호 참사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걸까?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 걸까?

추모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학생들이 사용했었다던 책상을 만져도 되는지, 편지들을 읽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울어도 되는지. 그것조차 잘 모르겠다. 내가 딱 하나 아는 건, 나는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거다. 떠나간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그들이 꼭 행복했으면 한다. 살아생전 행복했던 만큼,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우는 것 말고, 행동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월호 기억 전시관에 있는 책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기억되어야 한다고 했다. 역사로 남아 후대에까지 전해져야 한다고. 그래야만 이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을 거라고. 단원고 2학년 10반 김다영 학생의 책상에 작은 포스트잇 하나를 붙여 놓았다. 아직은 포스트잇 하나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지만, 내가 그녀를 위해서 꼭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무엇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