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공정여행, 작은 ‘배려’ 큰 ‘변화’

여행비용 100만원 중 현지인들 몫, 고작 3만원?”
“현지인들의 독특한 문화를 존중하고 함께 소통할 수는 없을까?”
“내겐 휴식을 위한 여행이 남들에게는 피해가 되지 않을까?”

최근 이런 문제의식에서 제기된 대안으로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윤리적 소비문화가 정착되면서 공정무역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여행은 아직 생소하다. 서울예비사회적기업 ‘착한여행(www.goodtravel.kr)’ 서윤미 기획실장을 만나 공정여행에 대해 들어본다.

여행이 세상을 뒤집다

서윤미 실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영등포구 사무실 한켠에서 눈에 띄는 문구를 발견했다. ‘여행이 세상을 뒤집다’다.

“말 그대로 여행을 통해 세상을 뒤집어 보자는 뜻이에요. 여행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거든요”

서 실장의 설명이다. 처음 공정여행 프로그램시작할 때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보자’는 뜻에서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단다. 그녀는 “길면 1주일인 여행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작더라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착한여행의 취지라고 말한다.

서 실장이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착한여행’은 올 2월 서울시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여행사다. 아시안브릿지라는 국제사업단체(국제NGO)에서 2003년부터 필리핀 빈곤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현지사정 조사와 네트워크 구축 등 기반을 다졌다.

이후 한국에서도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한 사업파트로 독립돼 나온 것이 ‘착한여행’이다. 지난해 동남아 6개 지역인 중국 운난성,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관련 프로그램 <매콩강 시리즈>를 시작으로 공정여행 사업에 본격 합류했다.

서 실장은 공정여행에 대해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는 분들이 가치(여행자의 책임, 환경, 문화, 치유,인권 등)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책임여행 ▲에코투어 ▲힐링여행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며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기존의 여행에서 한 걸음 나아간 대안적 여행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려가 시작이다”

OECD가 발간한 2010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은 연 평균 노동시간이 2,256시간으로, ▲그리스(2,120시간) ▲칠레(2,095시간)을 제치고 30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여가활동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인의 여가활동 점수는 100점 만점에 46.8점으로 29위에 머물렀다.

서 실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휴가가 짧다 보니, 소비중심적이고 향락적이며 자기 만족스러운 여행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착한여행’은 현지문화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사람,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여행을 통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외부투자자본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닌,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홈스테이, 식당, 가게를 이용. 참가자들의 여행경비가 그 지역사회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 모든 게 현지주민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다.

지난해 ‘착한여행’은 20여명 참가자들과 함께 라오스 소수민족인 몽족이 사는 반롱마을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은 친환경적인 숙박시설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현지인들과 같이 생활했다. 어린이문화센터(Child Culture Center)에서 현지 고등학생들로부터 라오스 전통 춤과 노래를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주민들의 부족한 일손도 돕고, 아이들을 위한 책 잔치도 벌였다. 아울러 현지 주민들을 위해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그 후 반롱마을을 찾은 차기 참여자들이 가족사진을 출력해 예쁜 액자에 담아 갖다 줬다.

참가자들은 문화체험 뿐만 아니라 현지의 사회적 상황들에 대해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한다. 미얀마에의 낭쉐 밍뚝마을 보육원에서 참가자들은 100여명의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해 짜파게티, 주먹밥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정을 나눴다.

서 실장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전차기 참가자들이 여행 후에도 서로 만나 공정여행의 발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현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체험, 배움 그리고 변화”

착한여행은 여행의 교육적인 면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너무 원칙적으로 참가자들에게 공정여행 가이드라인을 들이대면 자칫 딱딱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서 실장도 동의한다. 대신 체험 위주의 여행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참여자들을 유도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태국은 관광객들로 인한 코끼리 학대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참가자들이 코끼리 병원에서 직접 코끼리를 치료하는 실습을 해보면서 대안적인 모습을 찾도록 돕는다. 코끼리 대변으로 종이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 밤이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코끼리를 위해 배웅을 나가기도 한다.

필리핀 돌고래 투어도 마찬가지. 전직 돌고래 사냥가였던 현지인들이 투어 가이더로 참여해 어떻게 지금은 돌고래 보호가가 됐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참가자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서 실장은 “공정여행 가이드라인 하나하나에 얽매이면 즐거운 여행이 되기 힘들다”며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맞춰 작은것부터 실천해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서 실장은 “우리나라 여행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문화전파력이 큰 대학생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거리 캠페인이나 탄소상쇄캠페인 등 다양한 종류의 자원봉사활동을 체험해 볼 것”을 당부한다.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여행, 국내에서 할 수 없을까?”>>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 공정여행을 체험해 보려고 마음먹은 회사원 정모씨. 근데 이게 왠일인가?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알아보니 걸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부분 해외여행이다. 일정에 비해 휴가기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정모씨, 문뜩 이런 의문이 든다. ‘국내에서 하는 공정여행은 없는걸까?’

1980년 유럽중심으로 태동한 ‘대안여행’이 국내에서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개념으로 씨앗을 뿌리고,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안팍 정도에 불과하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비교하면 공정여행 네트워크는 한참 뒤쳐져 있어요. 외국같은 경우는 공정여행하기 쉬워요. ‘에코호텔’같은 숙소도 많거든요”

트래블러스맵 박병은 여행사업팀장은 국내에서 공정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공정여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 뿐만 아니라, 여행을 위한 숙소, 코스 등 공정여행을 위한 기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공정여행의 초석을 다지는 공정여행기업 ‘트래블러스맵’의 도움을 받으면 국내에서도 공정여행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들은 ‘히말라야 트레킹’, ‘나시족과 차마고도를 걷다’ 등 해외공정여행과 ‘지리산 숲마실길’, ‘한탄강 도보여행’, ‘붓다의 숲, 오대산에 들다’등 국내로 떠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리산 숲마실길은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았어요. 80여개의 마을을 잇는 300km의 지리산 도보길을 걷고, 중간에 있는 마을 농가에 묵어요. ‘지리산길 할머니네 홈스테이’라고 불리는 숙소인데요, 둘레길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남는 방 하나를 길손에게 내주시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지리산 프로그램의 인기비결 중 하나죠. 시골 할머니네 집에 온 듯이 따뜻한 정을 느꼈다는 참가자들이 많았어요”

박팀장은 ‘지리산길 할머니네 홈스테이’가 공정여행의 기본시설 구축과 지역민들의 이익창출을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현재 이 숙박시스템은 개인여행자들을 위해 개별적으로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좋은 여행지가 많아요. 또 지역마다 여행컨텐츠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어요. 전라북도 진안에서는 ‘공정여행 가이드 양성과정’을 스스로 운영했어요. 이러한 움직임들이 모여 지역여행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구축 되면 여행자 스스로 다양한 공정여행을 즐길 수 있겠죠?”

*트래블러스맵(Travelers'MAP)은 국내외 공정여행을 기획·진행하는 노동부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이승제, 정지현 기자[desk@datanews.co.kr] 2010-07-09 15:37:47

 

기사원문보기 http://www.datanews.co.kr/site/datanews/DTWork.asp?itemIDT=1002800&aID=20100709153747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