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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 200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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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초대석]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김현아

"역사 속 여성 이미지 조작된 경우 많아지금과 다른 시선으로 대동女지도 구축"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http://img.hankooki.com/icon/blog.gif
사진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http://img.hankooki.com/icon/blog.gif

"강릉 난설헌 생가에서 여행 온 어느 가족을 만난 적이 있어요. 아이가 난설헌이 누구냐고 묻는데 엄마 대답이 걸작이었어죠. ', 허균 누나야.' 그게 다예요. 여성과 관련된 유적지는 그 수도 적지만, 장소와 관련된 이야기도 남성적 시선으로 치밀하게 조직된 것들이 많아요."

여행학교 로드 스꼴라의 대표교사 김현아(42)씨가 여성문화 답사의 여정을 기록한 <그녀들에 대한 오래된 농담 혹은 거짓말>(호미 발행)을 펴냈다. 이 땅 위를 살아간 여성들의 자취가 남은 공간을 두 발로 꼭꼭 밟으며 21세기 '대동女지도'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그곳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에 이은 김씨의 두 번째 책이다.

김씨는 이번 책에서 백제의 삼천궁녀와 소서노를 시작으로 조선의 기생 논개, 처녀귀신 아랑을 거쳐 최초의 여성 소리꾼이었던 조선말의 진채선,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 소설 <혼불>을 쓴 최명희와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자취를 좇는다. 몰락한 왕을 따라 삼천궁녀가 꽃처럼 몸을 던졌다는 부여의 낙화암에선 역사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메타포로 활용하는지를,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물 속으로 뛰어든 진주의 촉성루에선 일개 기생이 애국의 상징인 '의기(義妓)'로 호명될 때 어떻게 가부장적 질서 속으로 편입되는지를 보여준다.

낙화암의 황홀한 이미지와 함께 삼천궁녀는 절개와 순국의 상징으로 화하고, 논개는 민족의 딸이 되면서 느닷없이 서당 훈장이었던 아버지를 얻어 주논개가 되는 동시에 최경희 장군이 사랑한 첩으로서 비장한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격상된다.

"3,000명의 궁녀가 한꺼번에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그 바위는 낙화암이 아니라 피바위가 됐을 거예요. 누가 그들에게 낙화의 이미지를 심었을까,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굉장히 위험한 농담들이나 거짓말들도 켜켜이 쌓이면 진실이 돼요. 그게 특히 여성의 역사에서는 고도로 조직되고 기획된 것들이죠. 정절이나 애국 이데올로기를 지키기 위해서요."

김씨는 "요즘 지자체마다 기념관이나 역사관을 세우는 게 붐인데 그런 곳에 가보면 공간만 있지 이야기가 없다" "스토리를 만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과 이야기가 만나지 않으면 무의미한 공간이 돼요. 이야기 없는 공간처럼 무의미한 것도 없거든요." 그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기존의 이야기와는 다른 시선으로 장소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908/h2009080102591084210.htm